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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호국영웅 '고(故) 구자길 일병' 75년 만에 남동생 품으로 귀환

지난해 11월 대구 군위서 발굴…국군 제6사단 구자길 일병으로 확인

 

미디어라이프 중부신문 이도경 기자 | 11월 21일 금요일,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다 18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을 가족의 품으로 모셨다. 주인공은 ‘고 구자길 일병’이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지난해 11월 대구광역시 군위군 효령면 마시리 365고지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6사단 19연대 소속의 고 구자길 일병으로 확인했다.

 

고인은 올해 16번째로 신원확인된 호국영웅으로,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족의 품으로 모신 국군 전사자는 총 264명이 됐다.

 

이번 신원확인은 유가족 찾기 탐문팀의 적극적인 활동과 선배 전우를 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 전문발굴팀 및 육군 제50보병사단 장병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유단은 유가족을 찾기 위해 전사자명부에 적힌 전사자의 본적지를 단서로 유가족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수습 전사자 13만여 명의 절반 수준인 7만 5천여 명의 유가족을 찾아 유전자 시료를 확보했다. 고인의 남동생인 구자천 씨(73세)의 유전자 시료도 지난 2020년 탐문관이 직접 자택을 방문하여 채취한 것이다.

 

고인의 유해는 국유단 전문발굴팀과 육군 제50보병사단 장병들이 함께 발굴했다. 지난해 10월 28일 ∼ 11월 22일, 4주 동안 군위군 365고지 일대에서 유해 7구와 유품 460여 점을 찾았으며, 유해발굴 막바지인 11월 19일에 고인의 유해를 수습했다.

 

고인은 1950년 6·25전쟁 발발 직후 입대했으며, 국군 제6사단 19연대 소속으로 동년 8월 ‘군위-의흥 부근 전투’에 참전했다가 북한군과 교전 중 전사했다.

 

고인은 1931년 10월 대구광역시 수성구에서 8남매(6남 2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부모의 농사일을 도우며 성장하다 1950년 개전 초기 18세의 젊은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

 

병적기록의 부재로 문서상 고인의 정확한 입대일과 훈련 장소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또 다른 남동생 구효길 씨(83세·5남)가 “아버지께서 생전에 큰형님이 대구농림중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으나 이미 어디로 간 뒤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한 걸 보면 대구에서 짧은 훈련을 거쳐 곧바로 부대로 배치된 게 아닌가 추정할 수 있다.

 

이후 고인은 입대 직후에 ‘군위-의홍 부근 전투’에 참전했다가 산화했다. 해당 전투는 국군 제6사단이 군위 및 의흥 일대에서 대구를 점령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한 북한군 제1·8사단을 저지한 전투다. 고인의 유해를 발굴한 365고지 일대는 6사단 7연대가 19연대 2대대를 배속받아 북한군과 수차례의 공방전 끝에 고지를 완전히 확보한 전투가 벌어진 장소이다.

 

이번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11월 21일 금요일 경상북도 포항시 유가족(남동생 구자천 씨) 자택에서 열렸다.

 

유가족 대표인 고인의 남동생(8남) 구자천 씨는 국유단으로부터 고인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소식을 듣자 “큰형님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잠을 못 잘 정도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도 없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고, 핏줄이라 그런지 더 애틋합니다. 큰형님을 국립묘지에 잘 모시고 싶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는 유가족에게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 등을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函)'을 전달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전사자(호국영웅)의 신원확인을 위한 국민 여러분의 동참이 절실하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채취는 6·25전사자의 유가족으로서 전사자 기준으로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다. 제공하신 유전자 정보를 통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6·25전쟁이 발발한지 오랜 시간이 흐른 현재 참전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하루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절실하다.

 

국유단은 전국 각지에 계신 유가족분들을 찾기 위해 오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