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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권 탈출’ 서울시청 유영실 감독 “반전은 이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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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라이프 중부신문 이도경 기자 | 2021시즌 WK리그도 모두 막을 내렸다. 정상에는 통합 9연패를 이룬 인천현대제철이 올랐다. 경주한수원이 마지막까지 인천을 위협했으나 ‘우승 DNA’는 깨기 쉽지 않았다. 승자만 생각해보면 다른 시즌과 비슷했지만 올 시즌 유독 눈에 띄는 한 팀이 있었다. 서울시청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시청은 비록 우승컵도 들어 올리지 못했고 플레이오프도 가지 못했지만 여자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물며 부진한 성적을 보여줬던(2018년 6위, 2019년 7위, 2020년 7위) 서울시청은 올 시즌 4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올 시즌 내내 3위에 머물다 후반기에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수원도시공사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넘겨야 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발전이었다. 직전 시즌 순위가 8개 팀 중 7위로 최하위에 가까웠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반전이었다.


올 시즌 서울시청은 가능성을 보여줬고 그 가능성은 이제 다음 시즌으로 향한다. 서울시청의 유영실 감독을 만나 2021시즌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 서울시청이 보여줄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기 단련과 지침서 개발로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다


2021시즌의 서울시청에 대한 유영실 감독의 평가는 ‘만족’이었다. 그는 “마지막이 아쉽긴 해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점수로 따지자면 10점 만점에 8.5점을 주고 싶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10점을 줬을 텐데”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시즌 내내 3위를 유지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내실은 아직 6점 정돈데 8.5점의 결과를 냈으니 괜찮았던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서울시청의 선전은 감독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유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 어는 정도 해주길 바라는 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잘해줄 줄은 몰랐다. 특히 1, 2라운드 로빈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칭찬했다.


유영실 감독이 잡았던 서울시청의 2021시즌 목표는 한 라운드 로빈(7경기)당 3승이었다. 그는 “계산해봤더니 11승 정도 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더라. 올해는 물리고 물려서 그것보다는 적은 수이긴 했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분명하게 목표를 잡아놓은 건 아니지만 한 라운드 로빈에 3승씩 하면 4승을 하는 때도 있을 거고, 그러다 보면 플레이오프에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했다. 3라운드 로빈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1, 2라운드 로빈에서는 4승씩 거뒀으니 목표보다 잘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2020시즌 서울시청의 순위는 7위였다. 최하위에 가까웠던 성적에서 단번에 플레이오프 진출권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유영실 감독은 가장 먼저 선수 구성을 뽑았다. 그는 “우선 선수 구성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물론 전부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지만 70~80% 정도는 생각한 대로 구성을 했다. 감독으로서 가고자 하는 길에 따라올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이 함께했다”고 밝혔다.


유영실 감독은 “작년에는 막 부임한 직후라 적응하기 바빴다. 올해는 잘 준비해서 ‘축구다운 축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부임했을 때 선수들의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기본이 돼야 기술과 전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이 부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전신 크로스핏 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체력 같은 기본 요소를 많이 끌어올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서울시청은 올 시즌 부상 선수가 거의 없었다. 선수층이 얇은 서울시청에게는 이 자체가 큰 소득이었다.


그 외에도 유 감독은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길 바라서 상황별 지침서를 구체적으로 만들고 선수들과 공유했다. 물론 다 수행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꾸준히 알려주고 지시했다. 선수들 성향 파악에도 힘을 썼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궁금했고 가능하다면 멀티플레이어 자원을 개발하고자 애를 썼다. 선수들과 소통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면서 잠재력을 끌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서는 과감함과 유동성을 앞세웠다. 유영실 감독은 “준비한 게 있어도 전반전에 잘 풀리지 않으면 다른 길로 틀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주일 내내 준비한 전술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하프타임에 ‘지금까지 훈련했던 거 다 버려’라고 말했다. 수비 밸런스만 지키고 공격은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러면 선수들은 이런 감독 처음 본다고 하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이미 통하지 않은 방법이니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방식으로 승리한 경기도 있었다. 당연히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가야 한다고 판단했던 게 올 시즌 크게 달랐던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겁 없이 덤볐다” 수비 고민에도 공격 축구를 추구하다


놀라운 반전을 보여준 서울시청이지만 부족한 면도 보였다. 1, 2라운드 로빈에서는 8승 2무 4패를 거뒀지만 마지막 3라운드 로빈에서는 7경기에서 1승 1무밖에 거두지 못했다. 내내 시즌 3위를 유지했지만 마지막 5연패로 4위로 떨어지며 7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도 눈앞에서 놓쳤다.


유영실 감독은 “3라운드 로빈에는 아쉬운 게 많았다. 1, 2라운드 로빈에서는 잘 이루어졌던 게 3라운드 로빈에서는 잘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시즌 말이 되다 보니 선수들 개개인의 고민이 많아졌고 ‘하나 된 팀’으로 묶이지 못한 것 같다. 미팅을 통해 해결해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 감독으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올 시즌 서울시청의 약점 중 하나는 수비였다. 최하위 팀의 실점이 47점인데 4위를 기록한 서울시청의 실점이 44점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유영실 감독은 “중앙 수비를 전담하는 선수가 없어서 많이 힘들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 자리를 맡겨야 했다.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더라. 선수가 부족하니 차라리 내가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선수 생활 대부분을 센터백으로 뛰었다. 그 자리에서는 정말 한쪽 눈을 감고도 경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 쌓였다. 반면에 우리 선수들은 그런 경험이 없으니 내가 대신 뛰어주고 싶더라. 정말 몸을 만들어서 해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시간도 많이 지났고 무릎도 좋지 않은 편이라 생각만 했다”며 웃었다.


서울시청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수비였지만 유영실 감독은 그렇다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수비 축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 골 먹히나 두 골 먹히나 어쨌든 우리가 더 많은 골을 넣으면 된다고 생각했고 밀리고 있을 때도 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더 실점을 많이 했던 것도 있다. 겁 없이 덤볐던 거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해야 우리의 부족한 점이 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어차피 질 거 공격적으로 나서서 시도할 거 다 해본 다음에 지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실험적으로 나섰던 포메이션이 실패하기도 했지만 실패를 해야 문제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발전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어려웠던 점도 있었지만 분명한 소득도 있었다. 유영실 감독은 “서울시청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다. 덕분에 시에서도 여러모로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팀에 퍼트린 것도 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맛보기’, 또 다른 반전으로 향한다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영실 감독이 가장 바꾸고 싶은 점을 묻자 그는 난색을 표했다. 그는 “무엇이 있을까. 단체 종목이다 보니 하나를 뽑기가 어렵다. 모든 부족했던 점은 감독의 몫이다. 내가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서 전체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을 위해 유영실 감독이 기울인 노력 중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소통의 문제다. 그는 “선수들과 감정적인 소통을 많이 하고 싶다. 엄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서 바꾸려고 한다. 이번 시즌에도 선수들과 소통도 많이 하고 미팅도 많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특히 감정적인 교류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이 두꺼운 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요즘에는 이런 책도 읽고 있다”며 웃었다. ‘감정의 발견(마크 브래킷 지음)’이라는 책이다.


유영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2022시즌의 서울시청은 ‘명확하고 화끈한’ 축구를 하는 것이다. 그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더 많은 승리와 더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다. 명확하고 화끈한 축구를 하고 싶다. 승부가 확실히 나는 그런 경기 말이다. 세 번 경기해서 모두 비기면 승점이 3점이지만 한 번 지더라도 두 번 이기면 6점을 쌓을 수 있다. 두 번을 져도 한 번 이기면 세 번 비기는 것과 같다. 이런 점 때문에 명확하게 승부가 나는 걸 선호한다. 그런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서울시청은 부족한 점도 보였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내일이 더 기대되는 팀이 됐다. 이미 한 번의 반전을 보여줬으니 두 번의 반전을 못 보여줄 것이 없다. 유영실 감독 역시 서울시청을 ‘좋아질 날이 많은 팀’이라 설명했다.


그는 “시즌을 거치며 나도 배우고 알게 된 게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함께 이 팀에서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도 는다. 내년에는 3년 차가 된다. 이 시간이 전부 경험이고 자산이다. 시간이 쌓일수록 내가 지향하는 축구를 이해하는 선수도 많아질 거고 선수들도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청은 앞으로 좋아질 날이 많은 팀이다. 지금까지는 아직 맛만 보여줬다”며 웃었다.